가벼운점심 썸네일형 리스트형 가벼운 점심 | 장은진 소설집 | 어떤 것에 더 이상 흥미와 미련이 없다는 건 성장일까 권태일까 p. 22 아직 뚜렷한 형태를 갖추지 않은 아기는, 커더란 점으로 흑회색 부채꼴 안에 떠 있었다. 아기는 작은 잠수함 혹은 우주 캡슐 안에 담긴 것 처럼 보였다. … 어쩌면 저 작은 ‘한 점’에게 그 곳은 망망한 바다이자 광대한 우주일 것이다. 흑회색의 거친 질감 때문인지 처음 윤주가 사진을 건넸을 때 아기는 몹시 외로워 보였다. 아무도 없고, 아무도 다가갈 수 없는 어두운 곳에 갇혀서 혼자 밥을 먹고 잠을 자며 지내는 ‘한 점’ 사람의 외로움 사람은 시작부터가 외롭구나. 고독과 암흑 속에서 살아가는 구나. …녀석은 거친 바다와 우주를 제 영역으로 만들어가며 나와의 거리를 조금씩 좁히고 있었다. 모두가 그렇게 생겨나는 것이고, 그렇게 생겨났던 것이다. p. 27 “너희 엄마는 다혈질인 데다 급한 성격이지.. 더보기 이전 1 다음